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 기전 (Pathogenesis of Moyamoya Disease)
모야모야병은 뇌의 주요 혈관, 특히 내경동맥(Internal Carotid Artery)의 말단부와 그 분지인 중대뇌동맥(Middle Cerebral Artery, MCA), 전대뇌동맥(Anterior Cerebral Artery, ACA)의 근위부에서 점진적인 협착과 폐색이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입니다.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뇌조직에 충분한 혈류 공급이 어려워지고, 부족한 혈류를 보완하기 위해 뇌 기저부에 작고 불완전한 미세 신생혈관망이 형성됩니다. 이 신생혈관이 조영술에서 안개나 연기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본어로 '모야모야(もやもや)'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래에서는 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이 어떤 기전으로 발생하고 진행되는지를 생리학적, 병리학적, 유전학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설명하겠습니다.
혈관 협착의 병리학적 소견
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은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병리학적 변화에 기인합니다.
혈관 내막(Intima)의 비후와 협착
모야모야병의 가장 두드러진 병리학적 특징 중 하나는 혈관 내막이 점진적으로 두꺼워지는 것입니다. 이는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과 함께 내막 내의 평활근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내막이 비후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내막 비후는 혈관 내강을 좁게 만들어 혈류를 제한하게 되며, 결국 협착을 유발합니다.
혈관 중막(Media)의 변성과 약화
혈관의 중막은 혈관의 구조적 안정성과 탄력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모야모야병에서는 중막의 평활근세포가 점진적으로 위축되고 변성되어 혈관의 구조적 안정성을 잃게 됩니다. 또한 중막의 탄력섬유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혈관벽이 얇아지고 약화되며, 이는 혈관이 외부 압력이나 혈류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혈관 외막(Adventitia)의 변화
외막에도 만성적인 염증성 변화와 섬유화(fibrosis)가 나타나는데, 이는 혈관벽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혈관 전체 구조를 더욱 약화시킵니다. 결과적으로 혈관의 구조적 및 기능적 안정성이 저하됩니다.
협착 기전의 유전학적 요소
모야모야병은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성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질환의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 질환의 유전적 기전을 뒷받침합니다.
RNF213 유전자 돌연변이
최근의 연구에서는 17번 염색체상에 위치한 RNF213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p.R4810K)가 모야모야병 환자들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되었습니다. RNF213 유전자는 혈관 형성과 혈관벽 유지 및 복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코딩하며,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혈관 세포의 손상, 내피 기능장애, 그리고 혈관벽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유전적 요소들
RNF213 이외에도 염색체 3번과 8번 등 다른 위치에서도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다양한 유전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혈관의 병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유전적 소인은 내피세포의 손상과 비정상적인 평활근세포의 증식을 유발하여 협착을 촉진합니다.
면역학적 및 염증성 기전
최근 연구들은 면역학적 이상과 염증 반응이 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 기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제시합니다.
만성 염증반응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 조직에서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빈번히 관찰됩니다. 혈관 내피세포와 평활근세포 주변에서 만성 염증세포의 침윤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염증 매개물질(사이토카인)의 방출이 증가하며 혈관벽 손상 및 협착을 촉진합니다.
자가면역적 요소
일부 연구에서는 자가면역 반응에 의한 혈관 손상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가항체나 면역 복합체가 혈관벽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거나 손상시켜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협착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내피 기능 장애
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에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중요한 기전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산소(ROS)가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내피세포 기능을 방해하여 협착을 일으키게 합니다. 활성산소가 혈관 내피에 손상을 주면, 혈관벽에서 평활근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자극하고 내막 비후를 초래하여 협착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혈관 협착에 따른 2차적 혈관 변화
내경동맥의 협착과 폐색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하면, 뇌는 보상적 기전으로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혈류를 유지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생 혈관망(모야모야 혈관)은 구조적으로 미숙하고 불안정하며, 혈류 조절이 미숙하여 뇌출혈 위험을 높이게 됩니다. 결국 협착된 혈관의 기능을 보완하려는 뇌의 노력은 또 다른 혈관 이상을 초래하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 중요성과 치료적 접근
모야모야병의 혈관 협착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필수적입니다. 병의 진행 속도나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직접 또는 간접 혈관 우회술)를 시행하여 혈류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협착 진행을 늦추기 위해 항산화제나 항염증제,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하는 약물적 접근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